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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Theology)

교리로서의 계시

by Chungbin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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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로서의 계시는 주로 보수적인 복음주의와 가톨릭의 신스콜라 학파에서 강조해 왔으며, 수정되고 보완된 형태로 여전히 기독교 전통 속에서 큰 힘을 행사하고 있다. 복음주의자들이 계시를 매개하는 것에서 성경의 역할을 강조한 데 반해, 가톨릭의 신스콜라주의 학자들은 대체로 전통, 특히 교회의 교도권(교회의 가르치는 직무)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교회의 지혜를 의미하는 '계시의 보고'나 '진리의 보고'라는 용어가 이러한 맥락에서 사용된다. 이 견해에서는 계시가 대체로 '하나님은 사랑이다'와 같은 명제의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계시의 본성에 대한 이런 견해가 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공표한 신앙의 본질에 대한 교리 선언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선언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므로 성서와 전통이 가르치는 하나님의 말씀에 담겨 있는 모든 것, 그리고 교회의 엄정한 판단에 따른 것이든 교회의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교도권에 속한 것이든 교회가 신성한 계시로 가르치는 모든 것은 거룩하고 보편적인 신앙으로 믿어야 한다.' 

  이 견해는 분명 계시가 교회에서 가르친 교리 진술들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러한 진술들은 기록된 성경과 기록되지 않는 전통이라는 양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가톨릭 신학자들도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명제적 접근법을 주장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Reginald Garrigou-Lagrange(1877-1964)이다. 여기서 신앙은 계시된 진리에 대한 동의로 여겨진다. 

  일부 모수적인 개신교인들도 이러한 견해에 대해 동의한다. 그들은 성경을 통해 매개되는 교리적인 정보를 계시라고 이해하며, 성경은 명제적 교리 진술들을 모은 책이요, 이런 명제적 진술들이 결합하여 기독교 신학의 기반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견해를 칼 헨리가 6권으로 펴낸 책, '하나님, 계시, 권위'에서 볼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의 보수적 복음주의 진영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헨리의 이론은 계몽적 합리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며, 이 사실에서 그의 이론이 명제적 게시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설명된다. "우리가 '명제적 계시'라는 말로 뜻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계시를 선택된 대언자들에게 인지적 진리의 명확한 형태를 통해 초자연적 방법으로 알려주셨다는 것이다." 헨리에게 계시란 "하나님의 본성에 관한 지시적 정보"이며 이것은 성경 속에 들어 있다. 

  복음주의 전통에 속한 다른 학자들은 이처럼 순전히 명제적인 이론에 반대하여 계시란 하나님의 행위와 말씀이 혼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뛰어난 복음주의자인 제임스 패커의 저술에서 그러한 주장을 볼 수 있다. 스텐리 그렌즈는 '복음주의 신학의 갱신'에서, 하나님의 계시는 신적 진리를 전달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진리를 명제적 언명에만 한정하는 것에 반대하며, 하나님의 본성과 성품을 밝히는 일에서 이야기와 전통이 맡는 역할에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판을 받아 왔다. 비평가들은 이 이론이, 문헌의 장르를 이해함으로써 성경 구절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는 방식을 간과하며, 또 진리를 전달하는 일에서 명제들의 역할을 과대평가 한다고 주장한다. 계시가 하나님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계시가 하나님의 임재를 매개하거나 인간 경험의 변화를 수반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자기계시라는 기독교의 핵심 개념은, 우리로 하여금 단순히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듣는 일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보게 된다는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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